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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슈] 성(性)을 파는 사람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가?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6-06 11:43

성매매법을 제도권내 의논하게 만든 성매매 여성의 청원 →
연쇄 살인마에 희생 당한 여성으로 인해 보호필요 공론화 →
성매매는 합법, 성매수는 불법으로 정한 새 법안 발표돼


캐나다 정부는 성매매에 관한 형사법 규정 개정법안(의안 C-36)을 4일 연방하원에 상정하면서, 성을 파는 행위는 합법, 성을 사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기준을 정했다. 이는 노르웨이나 스웨덴에서 시행하는 이른바 북유럽식 법제를 근간으로 정비한 법제를 도입한 것이다.

피터 맥케이(MacKay) 캐나다 법무장관은 "성매매 수요를 진작시키는 이들에 대한 단속을 통해 정부는 거리와 지역사회의 안전을 추구하고자 한다"며 관련 법안 상정을 발표했다.

형사법상 성매매에 관한 개정안을 상정하게 된 배경은 캐나다 대법원의 캐나다(법무부)대 베드포드 판결 결과 때문이다. 테리-진 베드포드(Bedford), 에이미 리보비치(Lebovitch), 벨러리 스코트(Scott) 3인은 캐나다의 형사법상 매춘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2009년 12월에 온타리오주 항소법원에 청구했다. 

이들 3인은 모두 전·현직 성매매 여성들로 온타리오주법 재판을 당시 형사법규의 성토장으로 활용했다. 이들은 현행 형사법이 성매매자에 대한 치안당국의 단속 근거가 되면서, 성매매자들이 암암리에 활동하게 돼 오히려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성매매 여성을 상징하는 의상 일부. 사진=테리-진 베드포드 >


당시 형사법은 성매매는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은 비법화 대상이나, ▲성매매 장소(bawdy-house) 운영은 범죄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거나 ▲성매매 호객 목적으로 공공장소에서 대화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정하고 있었다.

이 규정 때문에 '바디가드(bodyguard)'를 둘 수 없는 매춘부는 위험에 처했다는 호소는 캐나다에서 통했다. 그 배경에는 BC주의 연쇄 살인마 로버트 픽튼(Pickton)이 있다. 현재 일부는 거주지로 바뀐, 포트 코퀴틀람의 돼지 농장에서 픽튼은 최대 49명을 1983년부터 2002년 사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부분 희생자는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실종된 성매매 여성으로 상당수가 원주민이었다.

2006년 시작돼 항소를 거쳐 2010년에 최종 판결이 내려진 픽튼 재판은, 그 과정에서, 특히 2009년 6월 25일 판결이 내려진 항소심에서 성매매 여성이 처한 위험을 캐나다인이 인식하게되는 계기가 됐다. 만약 법이 성매매 장소를 인정했고, 또한 성매매 수익으로 생활과 고용을 법이 인정했다면, 픽튼이 49명이나 죽일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여론이 있었다. 이 결과 온타리오주항소법원은 2010년 3월 성매매장소 운영을 처벌 대상으로 한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호객행위 제한에 대해서는 합헌 판결을 내렸다.

온타리오주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캐나다 법무부는 항소했고, 이 결과는 법무부의 희망과는 다르게 전개됐다.  2013년 12월 20일 캐나다 대법원은 법원 9명 만장일치로 성매매 장소 운영제한과 성매매 직업제한, 호객목적 대화제한이 위헌이라며 1년 내, 올해 12월 19일 이전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4일 발표된 개정법안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개정법안 주요 내용에 대해 맥케이 장관은 ▲성매수자와 타인의 성매매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는 자(포주) 등 두 그룹을 범죄자로 규정한 것이 요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타인의 성매매 관련 광고물 인쇄 또는 온라인 광고도 금지했다. 추가로 ▲아동보호 규정을 강화해 미성년자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아동이 있는 장소에 성매매 업소 운영하면 이를 형사법으로 다스리기로 했다.

개정 법안에 따른 성매수자 처벌 기준은 약식기소 시 최고 18개월 금고, 정식 기소시 5년 이하의 금고가 선고될 수 있다. 법무부는 초범은 500달러 벌금, 재범은 1000달러 벌금 및 약식기소 순으로 처벌 기준을 정했다. 특히 공원이나 학교, 종교시설 또는 미성년자가 있을 만한 장소에서 성매매에 대해서는 2배 벌금을 적용한다.

성매매 업소 운영에 대해서는 최대 10년 금고를 선고할 수 있다. 업소에는 마사지업소나 스트립클럽 외에도 온라인 업소도 포함됐다. 특히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착취행위 여부가 처벌의 중대한 기준이 된다. 인터넷 상에 또는 인쇄매체로 성매매 광고를 만들어 돌리는 행위도 불법으로, 약식 기소 시 최대 18개월 금고, 정식 기소 시 5년 금고에 처할 수 있다. 한편 성매매자의 호객 행위는 부분적으로 제한됐다. 미성년자가 있는 곳에서 성매매 호객은 최대 6개월 금고 대상이다.

아동 성매수에 대한 최대 형량은 현행 금고 5년으로 돼 있는데 개정법은 10년으로 늘렸다. 또한 최소 형량 기준을 적용해 아동 성매수자가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금고 처벌을 판사가 선고해야 한다.

의안에 대해 성매매 업체는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 성매매 업체와 종사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캐나다성매매법개정을 위한 연대(CASWLR)는 개정안 내용 중 성매매 업체 운영 제한에 반발하고 오는 6월 14일 도시별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해당 단체는뉴질랜드식 법제를 선호한다는 성명을 5일 발표했다. 뉴질랜드는 2003년부터 성매매업체를 허용하고 대신 고용법과 공공보건법 아래 규제하는 법제를 갖추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이면 정부의 허가를 받게 돼 있다.

성매매 규정에 관해서 캐나다 국내 줄다리기는 개정법안으로 정리되지 않고, 좀 더 쟁점화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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